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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ght life

아무것도 모르는것이 그리워질때 ... "여행에서의 초대"

by 배움키움 2020. 8.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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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의 초대 / 김승희

모르는 곳으로 가서
모르는 사람이 되는 것이 좋다
모르는 도시에 가서
모르는 강 앞에서
모르는 언어를 말하는 사람들과 나란히 앉아
모르는 오리와 더불어 일광욕을 하는 것이 좋다
모르는 새들이 하늘을 날아다니고
여기가 허드슨 강이지요
아는 언어를 잊어버리고
언어도 생각도 단순해지는 것이 좋다
모르는 광장 옆의 모르는 작은 가게들이 좋고
모르는 거리 모퉁이에서 모르는 파란 음료를 마시고
모르는 책방에 들어가 모르는 책 구경을 하고
모르는 버스 정류장에서 모르는 주소를 향하는
각기 피부색이 다른 모르는 사람들과 서서
모르는 버스를 기다리며
너는 그들을 모르고 그들도 너를 모르는
자유가 좋고
그 자유가 너무 좋고 좋은 것은
네가 허드슨 강을 흐르는
한 포기 모르는 구름 이상의 것이 아니라는
그것이 좋기 때문이다
그것이 좋고
모르는 햇빛 아래 치솟는 모르는 분수의 노래가 좋고
모르는 아이들의 모르는 웃음소리가 좋고
모르는 세상의 모르는 구름이 많이 들어올수록
모르는 나의 미지가 넓어지는 것도 좋아
나는 나도 모르게 비를 맞고 좀 나은 사람이 될 수도 있겠지
모르는 새야 모르는 노래를 많이 불러다오
모르는 내일을 모르는 사랑으로 가벼이 받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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