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본능은 세상이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본능적 경향을 말한다.
과거에 대한 미화, 언론의 자극적인 보도, 그리고 '상황이 나쁜 것'과 '상황이 개선되고 있는 것'을 구분하지 못하는 감정적 태도가 이 본능을 부추긴다.

실제로 지난 수십 년간 전 세계의 극빈층 비율은 절반으로 줄었고 유아 사망률, 문맹률, 범죄율 등 수많은 지표가 극적으로 개선되었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세상이 악화하고 있다"고 믿는다. 나쁜 소식은 즉각 보도되지만, 천천히 일어나고 있는 수많은 진보는 뉴스거리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의 사회를 본능적으로 떠올려보았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범하는 부정 본능의 예가 무엇일까
가장 심각하게 작동하는 부정 본능은 '과거에 대한 신화화와 현재 삶에 대한 과도한 폄하'가 있는 듯하다.
"옛날이 살기 좋았다"는 낭만적 착시를 많은 아재개그처럼 사용한다. "우리 어릴 적에는 정이 넘쳤다", "옛날엔 단칸방에서 시작해도 희망이 있었다"며 과거를 아름답게 추억하지만, 정작 과거의 열악한 위생, 높은 영아 사망률, 독재와 인권 탄압, 절대적 빈곤의 데이터는 까맣게 잊곤 한다.
불행 배틀과 자학적 미디어 또한 일예가 된다. 치안, 대중교통, 의료 시스템, 문화적 영향력 등 수많은 삶의 질 지표가 세계 최상위권에 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자극적인 사건·사고 뉴스나 자학적인 인터넷 밈에 노출되며 헬-이라는 접두어를 넣어 "한국은 지옥이고 답이 없다"는 극단적인 부정론을 말하기도한다.
"세상이 나쁘다"는 사실과 "세상이 좋아지고 있다"는 사실은 동시에 존재할 수 있을텐데 말이다. 지금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과, 과거보다 훨씬 좋아진 현실의 성과를 냉철하게 직시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일것이다. 여튼 "세상이 나빠지고 있다"는 패배주의에서 벗어나, "세상은 여전히 부족하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사실충실성(Factfulness)을 가질 때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건설적인 에너지 효과를 얻는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것이다.
반면, 이러한 부정 본능의 반대편에는 기술의 편리함만 보고 말끝마다 "요즘 세상 참 좋아졌다"를 연발하는 또 다른 착시도 떠오른다.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편리함'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편리함의 증가가 곧 개인의 행복이나 삶의 질 향상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키오스크나 디지털 결제에 적응하지 못하는 디지털 소외 계층에게 세상은 오히려 더 박해졌으며, 청년층이 겪는 고용 불안이나 상대적 박탈감 같은 구조적 문제는 "이렇게 살기 좋은 세상에 배부른 소리 한다"는 기성세대의 무비판적 낙관론 아래 덮여버리기 쉽다.
"세상이 나빠졌다"는 극단적 절망과 "세상 좋아졌다"는 무비판적 낙관은 모두 현실의 단면만을 베어물어 전체를 착각하게 만드는 본능의 오류라는 생각을 해본다. 팩트풀니스(사실충실성)의 핵심은 기술적으로 편리해진 성과(Fact)를 인정함과 동시에, 그로 인해 새로 등장한 불평등과 정신적 고통(Fact) 역시 있는 그대로 직시하는 냉철함을 갖는 데 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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